유쾌한 듯 유쾌하지만은 않은 근황보고

1. 요즘 WOW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본캐인 女 블엘 성기사에 대한 한 줄 감상 :

이건 팰러딘이 아니다! 클레릭이야……!

다른 종족은 어떨지 모르겠고 고렙이 안 되봐서 모르겠는 블에리 성기사 바퀴 맞아요? 명색은 보조 탱커래매. 근데 공격력도 피통도 왜 이렇게 안습임. 생긴 것처럼 연약하게 노는 블에리한테 좀 짜게 식었슴.
사냥도 복장 터져요. 필드에서 몹 한 놈이랑 싸우면 정의의 문장 효과(30초짜리) 벌써 바닥나 있네영. 아이템 못 맞추면 정말 눈물나게 지겹습니다. 뎀딜 안 되서 걸핏하면 적이 도망치는 게 진짜 골아파요. 유령의 땅에서 안다로스 조사 퀘스트 할 때 나에리들 튀었다가 동료 끌고 오는데 순간 헙.; 몸빵캐릭답게 몹몰이(?) 잘하더군요. 다들 블엘 흥마 비추하고 블엘 성기사가 좋다길래 넙죽 키웠다가 흥마가 미칠듯이 부러워지고 있네영. 남들 다 쉽다는 아녹수텐이 저한텐 왜 어렵죠. 거의 쓰러뜨릴 뻔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누운 게 한두번이 아니네요.orz 바퀴면 뭐하나, 바퀴 눈엔 상대도 바퀴인 것을. 넴 뭐 제가 신의 발컨^^;이라는 점은 일단 좀 인정하고 들어가구요. 그래도 '좀만 더 좀만 더'하는 타이밍에 자꾸 엇나가니까 좀 성질날라 그러네영.
여블엘이라 필드에서 은근히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긴 하네요. 버닝 리전 서버는 인구가 많으니까 여블엘 기사는 그닥 귀족은 아닐거라 생각했는데. 하여튼 어지간하면 만렙까지는 키우고 싶은데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져서 남블게이 흥마나 남옥구 사냥꾼으로 갈아탈까 생각 중. 여옥구 사냥꾼의 이름을 '전여옥'이라 짓고 쟁섭에서 플레이하는 M스런 짓을 해보고 싶었기도 했지만 이미 누군가 했을 것 같아서 보류.
아님 제가 조낸 발컨이어서 그렇다고 말 좀 해주시던가 조금이라도 덜 지겨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효.orz 이제 렙 14인데 슬슬 지겨워지려고 그래요.

2. 요즘은 당첨운이 좋습니다(?). 베스트리뷰 당첨에 이어 엠브레인 게임 테스트에도 뽑혔습니다. 6월 3일날 5시 50분까지 업체가 지정한 PC방에서 싱글게임 테스트를 한다네요. 저번에 온라인 게임 게임 베타테스트할 때는 테스트를 1시간씩 2번 했었는데 30분 이상을 렉으로 허비한 경험이 있어서 좀 덜 괴롭겠군요(막상 잡으니 30분도 못 잡을 정도로 재미 없는 게임이라는 점이 또 괴로웠습니다만). 재미없는 게임이라면…… 뭐, 돈 받는 입장에서 그런 거 가릴 형편이겠습니까만. 국내 유명 게임회사에서 테스트한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하기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FPS 같은 게임만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뭐. 3D는 마비하고 와우 때문에 그래도 그럭저럭 적응은 됐는데 그쪽은 여전히 스크린샷만 봐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3. 전에 제 집에 왔었던 범인과 동일범인지는 모르겠는데, 아파트 13층에도 도둑이 들어서 위층이 뒤집어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CCTV로 얼굴 판독 작업중이라고 하네요.
올해 토정비결이 안 좋았다더니 요즘 왜 이리 뒤숭숭한 일만 벌어지는지, 참.

by Ichor | 2008/05/30 07:31 | 잡답/문답 | 트랙백 | 덧글(4)

<렛츠리뷰> 라크리모사




이 소설을 장르규격에 맞춰 간단히 설명하기는 어렵고, 최대한 근접한 선에서 소개하자면 '추리소설의 폼을 빌린 오컬트풍 미스테리물'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해외에서는 흔하지만 국내 장르소설계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였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400여 페이지라는 두꺼운 분량에도 지루함 없이 술술 읽어나갈 수 있는 작가의 필력에 적지 않게 감탄했고, 작가의 다른 작품에도 적잖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다. 완급이 잘 맞춰진 문장과(가끔 분위기를 깨뜨리는 구어가 눈에 띈다.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치밀한 플롯, 흥미로운 이야기를 골고루 갖춘 수작이며, 오컬트와 미스테리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이 소설은 책을 펼칠 때보다 책을 덮고 난 후에 의문이 훨씬 더 많이 남는 작품이므로 추리를 크게 기대하고 보면 결말에 실망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이야기상의 헛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라서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크게 흠잡힐 정도로까지는 아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훌륭하고, 깔아두었던 복선을 회수하는 솜씨가 뛰어나 출판경험이 많은 작가는 다르다고 새삼 깨달았다. 도서관이라는 특수한 장소 선택과 세계멸망까지 겨우(!) 4시간 58분밖에 주어지지 않은 절박한 상황설정이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영화 시나리오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1부에서부터 급전개로 굴러가는 내용이 조금, 아니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처음부터 사건이 있는 대로 터져나가고 주인공은 아무런 능력도 없이 자기 목숨 하나 변변히 챙기지도 못하고 딸 걱정이나 해야 한다니.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날지 조마조마할 지경이었다. 뒷장을 넘기는 감각, 이것이 바로 컴퓨터로서는 알 수 없는 책의 재미지. 1부는 그 재미를 확실히 제공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2부와 3부의 템포가 비교적 느리게 느껴졌다. 다소 충격적이고 전개도 빨랐던 1부에 비해 페이스가 다소 느려져서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른다. 허나 그걸 감안하더라도 루카르도의 심리상태와 레오나르의 기이함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느라 정작 사건의 이해에 필요한 설명이 군데군데 빠졌다는 점은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물론 독자가 모든 설정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때로는 모르는 편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어서 즐겁지만) 설정이 서로 안 맞는 대목이 가끔 발견되면 곤란하지 않은가. '무서운 아이'의 공포성에 대해서 강조하려는 점은 알겠으나 그에 대항하는 요르겐의 설정은 단지 살붙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엔딩 근처에서 언급된 레오나르와 요르겐의 관계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건(둘의 관계는 복잡하기는 하다만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관계이기도 하다), 레오나르와 대립각을 세워야 할 요르겐이 존재감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중요한 역할로 루카르도를 견제했어야 할 티에로는 설정의 거창함에 비해 루카르도 이상으로 이야기에 끌려다니는 캐릭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명의 아쉬운 캐릭터는 소피타다. 소피타는 소설 전반에 걸쳐 너무 많은 일을 해내어 독자의 긴장감을 오히려 저하시킨다. 위기감이 고조되려는 시점에서 매번 위기상황의 발생 자체를 막아버리기에 급박한 상황설정에 비해 이야기 자체는 매우 평탄하다. 여기서 갈등상황을 더 만들었다가는 上/下권으로 나왔을 터, 불만스럽다는 말은 아니다.
오픈 엔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라크리모사의 엔딩은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루카르도가 강해져서도 아니고, 외로워져서도 아니고, 슬픔을 잃어서도 아니고, 그저 허망한 한 마디가 마음 한 켠을 울렸다. 무슨 대사인지는 읽어본 사람의 즐거움으로.

주인공 루카르도의 성격변화도 중요한 볼거리이다. 그는 섬세하고 소심하다. 동물 한 마리 죽이지 못해서 중후반부까지 빌빌대는 그의 행동은 때로는 재미있고 꽤 귀엽기까지 하다. 개인적으로는 취향인 주인공이었는데 수동적인 주인공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좀 답답할 수도 있겠다. 입으로는 못한다 못한다 해봤자 어차피 주인공인 이상 다 하니 크게 짜증날 정도까지는 아니다.
조연 캐릭터 중에는 레오나르를 제외하곤 인상적인 캐릭터가 거의 없었다. 인간의 경계를 초월한 레오나르의 아름다움과 유들유들한 성격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탓에 다른 조연들이 개성을 살릴 틈이 없다. 심지어 소피타의 몫이어야 할 섹스어필까지 레오나르가 거의 도맡는 것은 지나쳤다고 밖엔.
소피타도 출연 비중에 비해 그렇게까지 인상적인 씬은 없었고 티에로는 그 화려한 설정에 비중이 그렇게까지 적은 건 반칙이다. 원래 플롯 중심으로 쓰여진 시나리오라 어쩔 수 없지만 그 어느 캐릭터도, 심지어 레오나르조차 이야기의 주체로서 활약한다는 인상은 받기 힘들었다. 하기사 그게 바로 작가의 의도일 테지……. 모든 등장인물이, 주인공마저도 천사와 악마의 이중성을 가지다니. 그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과도 닮아있을 테지.

마지막으로, 레오나르와 요르겐의 관계에 대해 혼동하는 분들을 위해 작은 힌트를 드리겠다. 루카르도가 왜 '다섯 번째'가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시라.
렛츠리뷰

by Ichor | 2008/05/26 00:18 | 잡담/소설·인문서 | 트랙백 | 핑백(1) | 덧글(4)

<판타스틱 포츈> 실피시 카스토리즈




출연작은 판타스틱 포츈1. 가슴이 두근두근해♪ 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고♪

한국에서는 주인공 중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얼굴을 파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아름다운 외모에,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성격, 남자로도 여자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엄청난 설정 보정까지, 여러모로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진 캐릭터. 차분한 모범생으로, 조용하고 수동적인 성격이어서 의외로 괴롭힘당하는 이벤트가 많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흔히 미소년으로 착각당한다. 외모 덕에 꼬임을 많이 당해 '어디서 많이 봤다'라는 전형적인 작업 멘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음. 단, 캐릭터로서는 좋지만 주인공으로서는 게임 진행이 지루하다고 악평이 자자하다. 주인공 셋 중에서는 그나마 공략대상들에게 덜 쪼여서 그런듯.

캐릭터의 외모로는 단연 세 주인공 중에서는 발군. 공략대상을 통틀어서도 손꼽힐 만한 미인. 복장센스는……. 춘추복은 괜찮지만 형광연두색 하복은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다. 개인적으로는 실피시 CG 중에 하복 이벤트 CG 하나를 왜 남겨뒀을까 싶다.(…) 이와 비견되는 센스는 2의 유니시스 옷밖에 없다고 본다. 왜 이 정도로까지 악평을 하냐고? 보면 안다.

크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일단은 호감형 캐릭터. 게임 전반에 걸쳐 노력파 이미지를 어필하는 유일한 등장인물. 글자를 모르고 마법도 못하고 검 실력도 크게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예의가 바르고 얌전하여 레오니스 대장의 편애를 받는다. 키엘을 능가하는 갈구기의 대가 시온마저도 크게 쓴소리를 안 하는 걸 보면 평소에 얼마나 품행 관리를 잘 하는지 알 수 있다. 나라도 이런 애가 내 밑에 있다면 편애하겠지.
다만 얌전하다 못해 소심하여 답답한 게 흠인데, '싫으면 싫다고 왜 말을 못해!'라고 할만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다른 사람이라면 울컥할 만한 상황에서도 곤란해하며 뒷통수를 긁적이는 모션만 취한다. 아놔, 모니터 너머의 내가 다 답답하다고! 결정적으로 화를 낼 순간에 주변 사람들이 끼어들어 대신 혼내주는 걸 보면 참 착잡하다. 본인이 한 번 화를 내야 다른 사람들이 만만하게 안 볼 텐데 말이지. 실피시도 실피시지만 과보호하는 레오니스의 태도도 조금 문제가 있다고 보인다. 대놓고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아주십시오'라니 이러니까 애가 더 머뭇머뭇거리지.

실피시의 키워드는 변화와 성장이다. 진엔딩 루트는 주인공의 성장담으로서는 세 루트 중 가장 동감할 수 있었다. 디아나의 성장이 극적인 깨달음이라면, 실피시의 성장은 하나씩 차근히 단계를 밟아 마침내 예정된 달성을 이루는 것이다. ……라고는 썼지만 난 아직도 노체를 죽이고 살리는 게 왜 성별이 나뉘는 이유가 되는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살리는 선택을 해야 해피엔딩이 되던데, 노체를 살리고 기사가 되는 엔딩보다 죽이는 선택인 영웅 엔딩이 훨씬 더 출세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왜지.(…)
캐릭터 분기별 이벤트는 재미를 바랄 바가 못 된다. 평소 대화도 끔찍하게 재미없는걸. 그나마 좀 웃었던 게 시온이나 가젤 정도? 나머지 캐릭터들과는 실피시의 성격이 워낙 소심하다보니 대화가 쓸데없이 진지해져 웃을 구간이 없다.
얼굴도 예쁜 애가 엔딩에서는 좀 웃어라, 실피시.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엔딩은 뭐니뭐니해도 세리오스와의 엔딩. '그리고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풍의 분위기가 최고. 여왕님의 포스를 보여주는 디아나와의 엔딩도 훌륭하다. 가장 실망했던 건 가젤 엔딩. 디아나 엔딩에서의 포스를 보여주길 바랬었지만 현실은 시궁창……. 뭐, 그래도 멀쩡한 사람 앞길 포기해달라고 하는 딴 애들보단 실피시의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거 하나는 맘에 들었다.

여담으로 중성 주제에 세 주인공 중에서는 목소리가 가장 예쁘다. 서비스로 캐릭터 중 최고의 노출씬(?)을 자랑하기도 하고. 실피시에 한해서는 한국 성우가 일본 성우에 비해 훨씬 낫다. 이시다 아키라의 여기사 보이스라니 생각만 해도 뿜겨.

by Ichor | 2008/05/25 15:26 | 오늘의 乙女心 | 트랙백 | 덧글(2)

<판타스틱 포츈> 디아나 엘 서크릿




출연작은 판타스틱 포츈 1. 타이틀 히로인의 영광과 비애를 동시에 안고 있는 캐릭터.

게임 전체에 걸쳐 주인공 보정의 공력을 과시한다. 스토리상의 비중이 세 주인공 중에서 가장 높고(플레이해보면 안다. 디아나의 시나리오를 클리어하지 않고 실피시나 메이 시점으로 먼저 플레이하면 어딘가 허하다) 이 캐릭터의 진엔딩을 봐야 타이틀 CG의 의미를 깨닫는다는 점에서 메인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군다나 연애게임 주인공만의 특권인 '어렸을 적 재회의 약속을 나눈 신비로운 이성'도 공략대상에 포함되어 있는 유일한 인물. 그러나 인기는 위치에 비하면 좀……?

캐릭터 디자인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유우키 아즈사의 편애 매직으로 예쁘기는 예쁘게 보인다. 입고 나오는 옷의 가지수도 가장 다양하고 예쁘다. 가장 예쁘게 나온 씬은 실피시 시점에서의 디아나 엔딩. 심지어 진엔딩보다도 훨씬 럭셔리한 CG. 귀부인과 그를 보필하는 관료 같다. 디아나 시점에서의 가젤 엔딩과 맞먹는 충격이었다.

세상 물정을 몰라 뜬구름 잡는 소릴 잘 해 초반에 등장인물 거의 모두에게서 구박과 놀림을 받는다. 키엘과 이리스에게서 경멸에 가까운 대응까지 당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는 걸 보니, 왕족이면서 사람 다루는 요령이 없다. 심지어 등장인물 중 가장 예의바르고 얌전한 실피시마저도 디아나를 놀린 적이 있을 정도.(…) 클라인(게임의 무대가 되는 나라 이름) 왕국의 미래가 걱정될 지경으로 엉망인 공주님이지만 스토리 내에서는 가장 극적인 성장을 이루는 캐릭터. 실피시나 메이 시선으로 보면 은근히 공주에 어울리는 품위가 있다고 한다. 살짝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듯한 행동은 소녀다운 순수함과 착한 마음의 발로라는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허나 아무리 기본이 순수하고 후반에 나아진대봤자 초반에 워낙 백치미 어필이 심각하기에 정감 가지 않는 캐릭터. 내년이면 어른이 되는 공주님이 왕가 다음가는 귀족 세력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나? 이계인인 메이야 당연히 모르겠지만 봄에 수도구경을 처음 한 실피시도 로젠베르크 가가 어떤 가문인지는 알고 있었다구. 한글판 성우의 연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행동과 말투는 발랄한데 목소리는 콧소리 앵앵대며 아양을 떨고 있으니……. 결코 나쁜 목소리는 아닌데 공략대상이면 모를까 주인공이 이런 목소리 내는 건 차마 못 들어주겠다(…). 진엔딩 루트 진행 중에만 목소리가 나오는 게 그나마 다행.

그래도 나쁜 인상으로 남지는 않았다. 진엔딩 루트에서의 자기희생적인 행동력이 맘에 든 덕에. 그 철없던 공주님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는 용감한 왕녀로서의 모습을 많이 보이며, 심지어 나라와 사랑하는 사람을 놓고 갈등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택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신분상승(암레딘을 따르면 왕비, 따르지 않으면 여왕이 된다)된다는 점이 통쾌했다. 디아나 시점의 전체 엔딩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여왕 엔딩이니 말 다 했다.
진엔딩 시나리오에 신경을 많이 쓴 것에 비해 캐릭터 개별엔딩은 내용 면에서 상당히 실망스럽다. 어째 엔딩 태반이 다 사랑의 도피행이냐. 출세해서 공주님을 맞으러 오는 로망은 가젤과 키엘밖에 없더라. 판포 3대 오피셜 커플링에 해당되는 세리오스와의 엔딩은 참…….전쟁 직전인 나라를 내버려두고 왕자와 공주 둘이서 도망친다니, 이보셔들.(…) 엔딩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가젤 엔딩. 다른 엔딩에서는 가능성을 아직 드러내지 않은 가젤이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키잡 굳. 내게 내용 면에서 취향이라고 할 만한 엔딩은 드물었으나 낭만적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으니 어디까지나 개인차다.

초심자에게는 난이도보다는 게임의 분위기와 세계관을 파악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플레이하는 걸 추천한다. 추천 순서는 디아나→실피시→메이. 단, 이 경우 부작용은 디아나에 비해 무척 안 예쁜 실피시와 메이의 엔딩 그래픽에 대해 한껏 불만을 토하게 된다는 것이다. (…)

by Ichor | 2008/05/25 15:08 | 오늘의 乙女心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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