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4일
<판타스틱 포츈> 키엘 세리언

출연작은 판타스틱 포츈 1.
캐릭터는 전형적인 냉정한 안경 우등생에다 시쳇말로 츤데레. 하지만 이 캐릭터의 홍조를 바라고 공략하면 틀림없이 실망한다. 여타 츤데레 캐릭터가 중반 이후엔 온갖 시시한 이유를 대서라도 급변하는 것에 비해, 이 캐릭터는 자기 이벤트와 엔딩 이외에서는 절대(!) 홍조를 보여주지 않는다. 아무리 친해져도 틱틱대는 강도가 약해질뿐, 줄곧 차가운 태도를 견지한다.
초반에 싸늘하던 다른 공략대상들이 게임 중반쯤에는 모두 호의적인 태도로 바뀌는 것과(심지어 게임 내에서 내면적으로 가장 냉정한 캐릭터인 시온마저도 태도가 바뀌는데) 비교된다. 공략 난이도는 판포 1의 캐릭을 다 통틀어서도 1, 2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쉽지만 엔딩의 짠한 감동과 달성감은 심지어 트루 엔딩조차 능가한다. 괜히 인기투표 1위인게 아니다.
타치에는 16~17살쯤으로 보이는데 가끔 작붕이 일어날 때에는 원래 나이대로 보일 때도……. 날이 선 성격과 신랄한 말투에서 유추할 수 있는 이미지보다 훨씬 귀여운 외형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은 둥그스름하고 새침한 눈매. 유우키 아즈사 특유의 부드러운 듯 날카로운 감각을 잘 살린 페이스다. 복장 센스도 춘추복만 놓고 보면 공략대상 중 가장 센스가 좋다. 붉은 숄로 자칫 어두워보일 수 있는 색조를 커버한 것은 좋은 선택이다. 디자인보다 '마법사'라는 지적인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한 복장이어서 마음에 든다. 그러나 긴팔 하복은 적잖이 에러. 응원단복 같다. (…)
외면만 매력적인 게 아니라 평상시 회화도 재미있다. 남을 약올리기 좋아하는 만큼 화내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는데, 적어도 화를 내는 상대는 어느 정도 터놓은 사이라는 반증이라 오히려 즐겁다. 키엘의 성격에서 가장 소년다운 면이고, 대화가 재미있어지는 요인(그래서 별로 빈정거리지도 화를 내지도 않는 실피시와의 대화는 정말로 재미없다……). 또, 디아나와의 커플링은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디아나 시점에선 경어 속성이 붙는 게 즐거워서 놓칠 수 없다. 어떨 땐 메이보다도 더 재미있을 때도.
내 취향에 스트라이크 존인 캐릭터기에 별로 흠을 잡고 싶지는 않지만, 키가 167이라는 점은 좀 아깝다. 아담한 캐릭터 좋아하지만 요즘 시대엔 너무 작아.
주인공들과의 커플링은 세 명 다 나름대로 각자의 팬층이 있으나, 공식커플인 메이와의 커플링이 가장 인기가 많다. 나도 메이와의 커플링을 지지한다. 디아나와는 키엘이 너무 일방적으로 화를 내기만 하는 구도라 연애라기보다 코미디 같고, 실피시와는 둘 다 수동적인 성격이라 그림은 그려지는데 진도가 안 그려진다. 무엇보다 메이 고백 이벤트에 비견될 만한 고백 이벤트가 나머지 둘에게는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절절하게 울리는 디아나&실피시 고백 이벤트가 더 맘에 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키엘답게 담담하고 깔끔한, 할 말은 다 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최대한 아끼는 메이 편에서의 고백 이벤트를 훨씬 좋아한다. CG도 훨씬 예쁘고.
메이 엔딩의 고백 CG는 의도적으로 흐릿한 배경 색감과 키엘의 아련한 표정이 잘 어우러져 고백의 침착한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말이 많은 엔딩 CG는……. '이벤트 CG를 엔딩 부분에 넣는 게임이 어딨어!'라고 외치고 싶은데, 바로 메이 엔딩'들'이 그렇다. 거의 대부분의 엔딩 CG가 그 모양이다. 그래도 공식 커플 엔딩씬 정돈 예쁘게 그려주지!
키엘 이벤트의 절정은 고백보다는 도서관에서 잠든 키엘을 깨우는 부분이다. 쌀쌀하기만 한 키엘이 처음으로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시기인데, 캐릭터 표현이 정말 잘 되어 있다. 키엘의 자학적이고 여린 면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가드가 풀려 있는 순간에도 여전히 감정선을 밀고 당기며 놓지 않으려는 점이 귀엽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메이 시점에서의 백룡 소환미수 이벤트.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 앞에서 섣불리 슬픔을 내보이지 않으려는 모습만으로도 애처롭기 그지없는데 한술 더 떠 메이가 키엘 바로 앞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고 결의를 다지는 아이러니한 구도로 한층 안타까움을 더한다.
더욱 잔인한 점은 키엘 공략가능 선택지인 '돌아가지 않는다'를 선택하면 곧바로 자동이벤트가 발생해서 키엘 엔딩으로 직행한다는 것. 메이로 플레이를 했을 시, 정상적으로 진행했다면 가을로 넘어가자마자 백룡 소환미수 이벤트가 일어나니 좋든 싫든 키엘이 첫 엔딩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다른 캐릭터 엔딩을 보려면 키엘을 눈앞에 두고도 놓아야 한다. 따라서 중후반부 이후로는 동시공략이 불가능. 공략의 효율성 면에서도 손해가 막심하다. (…)
연애게임에서 동시공략이 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는가! 캐릭터 수명을 늘린다는 이유로 원천적으로 동시공략을 봉쇄하는 요즘 게임들은 반성해야 한다!
안경 캐릭터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캐릭터. 그로밋을 제외하고는 2D 캐릭 중에서는 첫사랑이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있다. 세월이 10여년이나 흐른 지금도 다섯 손가락 내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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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5/14 04:44 | 오늘의 乙女心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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